진공관 앰프 과연 트랜지스터 앰프보다 소리가 좋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의 머릿속의 고급 오디오는 레코드 플레이어에 따스한 불을 볼 수 있는 진공관 앰프라는 생각이 많습니다. 물론 오디오 마니아들 중에서도 살인적인 더위에도 에어컨을 켰다 껐다 하면서 진공관 앰프로 음악을 듣는 열정적인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공관 앰프의 전성기에 나온 좋은 소리를 낸다는 진공관은 중국 오디오 마니아들의 진공관 앰프 열풍과 업자들의 사재기로 인해 매년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고 러시아나 중국에서 재생산된 진공관은 황금기의 기술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구동 시 계란 프라이도 만들어 버릴 정도의 높은 온도는 여름에 앰프를 켜지 않고는 도저히 음악을 들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냅니다.
그럼 정말로 트랜지스터 앰프가 진공관보다 소리가 좋지 않을까요?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이런 온도쯤은 불사해야 하는 걸까요? 트랜지스터가 메마르고 거칠고 자극적인 음을 들려주고 진공관은 자연스러운 소리를 낸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여기 얽힌 몇 가지 이야기들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제작방식
과거에 진공관은 수작업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공임으로 인해 고가의 제품들이 대부분이었고 이에 비해 트랜지스터는 기판 및 적당한 소자들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쉽게 소리가 나오도록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저가의 제품들도 많이 볼 수 있어 진공관이 고급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냈습니다.
진공관
구동 시 높은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과거 대부분 기판을 사용하지 못하고 직접 전선을 이용해 하나하나 손으로 연결을 하는 하드와이어링이라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제작이 오래 걸리고 대량생산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평면적인 기판에 비해 입체적으로 신호 경로를 만들 수 있어 좀 더 짧은 신호 경로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트랜지스터
진공관 이후에 나온 증폭 소자로 작은 크기에 효과적으로 음악 신호를 증폭할 수 있으며 기판을 이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렴한 보급형 앰프들은 TR로 제작되었으며 제작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렴한 소자들을 사용해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기판의 장점을 활용해서 복잡한 회로를 구성하여 트랜지스터의 장점을 살리려는 시도들이 있었으나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일반 가전제품과 다른 바 없는 트랜지스터 앰프보다 화려한 진공관 앰프의 외관이 더욱 고급스럽고 소리도 좋게 보였을 것입니다.
증폭방식
진공관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트랜지스터 앰프가 거칠고 메마른 소리를 낸다는 데는 증폭 방식에 의한 소리의 차이가 매우 큽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 2가지 증폭 방식을 기억하시면 됩니다.
1개의 증폭소자로 증폭하는 싱글엔디드와 2개의 증폭소자로 신호를 나눠 증폭하는 푸시풀 개념도
푸시풀(Push Pull) 방식은 증폭 효율과 높은 출력이 가능하지만 음악 신호를 2개로 쪼개 증폭 후 다시 붙이는 방식으로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지만 붙는 지점이 정교하게 맞지 않으면 자연스러운 소리를 얻기 힘듭니다. 싱글엔디드(Single Ended)방식은 음악 신호 전체를 하나의 소자가 증폭함으로 출력은 낮지만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배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진공관
진공관 앰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300B 진공관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이는 3극관이라는 진공관의 일종으로 주로 싱글엔디드 방식의 출력 회로를 주로 사용합니다. 아름다운 고역과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많은 진공관 오디오 마니아들이 한 번쯤은 듣고 싶어하는 꿈의 진공관 중 하나입니다. 구동력을 얻기 위해 진공관으로 푸시풀 방식의 앰프도 많이 만들어졌으나 진공관 앰프의 장점이 희석되어 여전히 가장 진공관 다운 앰프는 3극관 싱글엔디드라는 것에 모두 동의할 것입니다.
트랜지스터
트랜지스터 앰프의 장점은 아무래도 진공관에 비해 적은 열의 발산과 높은 효율에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푸시풀 방식으로 소리를 좀 더 좋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싱글엔디드의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어내기에는 회로나 기술이 부족해 트랜지스터 앰프는 소리가 메마르고 윤기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푸시풀 방식만을 고집했던 것은 아닙니다. 넬슨 패스(Nelson Pass)의 초기 제품들은 트랜지스터 앰프를 싱글엔디드 방식으로 만들어 진공관에 버금가는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어냈는데 진공관처럼 엄청난 열을 내서 전체가 방열판으로 뒤덮인 모양이었습니다.
싱글엔디드 방식으로 채널당 500W의 출력을 내는 컨스텔레이션의 허큘리스(Hercules) 파워 앰프
최근에는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이라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에서 전 제품에 싱글엔디드 방식을 기본으로 한 제품을 선보였는데. 예전처럼 뜨거운 열기에 대한 걱정이 없을뿐더러 자연스러운 음악성과 트랜지스터 앰프의 편리성 및 구동력을 모두 만족한다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진공관의 특성
진공관 앰프로 음악을 재생하는 중간에 진공관을 손톱으로 가볍게 튕기면 그 튕기는 소리가 그대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공관의 커다란 유리 몸체가 진동에 취약해서 외부의 잡음이 그대로 음성신호로 흘러가 반영이 되기 때문인데 기계적으로는 상당히 좋지 않은 특성입니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 때에는 이런 울림이 음악을 더욱 풍부하고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출력관 중 상대적으로 큰 300b, el34, kt88등의 진공관이 이런 특성이 큰 편이며 엄지손가락만 한 6DJ8, 12AX7등의 진공관은 이런 특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임으로 진공관 사운드를 듣고 싶다고 작은 진공관이 한두 개 적용된 오디오를 산다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더불어 진공관에 진동을 막아주는 댐퍼를 적용한다면 이런 울림이 줄어들어 좀 더 일반적인 트랜지스터 앰프 소리와 유사하게 바뀌는 걸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뛰어난 음질의 편의성까지 더해진 네임의 올인원 앰프 노바와
오랜 전통의 진공관 브랜드 오디오 스페이스의 300B 앰프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앰프의 차이점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대충 감이 오시나요? 사실 오디오에서 진공관 트랜지스터 등 소자에 따른 소리의 차이는 적은 편입니다. 설계나 증폭 방식에 따라 진공관도 트랜지스터 같은 소리를 만들 수 있으며 트랜지스터도 진공관 같은 소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예전과 달리 트랜지스터 앰프에서도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브랜드도 많아졌으며 오히려 트랜지스터 앰프의 장점을 살린 특유의 왜곡 없는 정확하고 힘이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브랜드들도 많아져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MQA처럼 스튜디오 마스터링 수준의 고음질 스트리밍 서비스가 존재함에도 LP나 카세트테이프, 릴 데크 등이 여전히 주요한 음악감상 매체로 이용되듯 진공관 앰프의 열기는 그 불편함에도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공관에서 나오는 작은 불빛과 클래식한 외관을 선호한다면 진공관 앰프를 언제든 손쉽게 켜고 끄며 수명에 대한 걱정 없이 음악을 듣고자 한다면 트랜지스터 앰프를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글: 유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