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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전된 마음, 머리부터 발끝까지 충전하기 도심 속 감성 충전소
글쓴이 : 운영자     등록일 : 2017.11.21 10:20:28     조회 : 837



글I 유현경(자유기고가)


쓸쓸하고 무언가 바닥난 느낌. 열정을 다해 살아가다가 문득 이런 감정들이 찾아올 때가 있다. 번아웃 증후군인가? 가을이어서일까?
스스로 진단은 해보지만 ‘잠깐 이러고 말겠지’하고 지나기 일쑤다. 좀 신경을 쓴다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에 충실하게 큰마음 먹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매번 휴가를 내서 먼 곳으로 떠날 수만은 없다.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금전적인 문제도 걸린다. 기본적으로 노마드 기질이 없다면 어떤 이에게는 여행도 썩 반갑지 않다.

휴대폰은 완전히 방전된 다음에 한꺼번에 완충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배터리 수명도 짧아진다.
오랫동안 탈 없이 쓰려면 방전되지 않게 틈틈이 충전해주는 게 좋다. 휴대폰 배터리 충전하듯, 바닥난 마음을 충전하는 것도 일상의 한부분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도시 곳곳에는 감성이 메말라 버린 우리들을 위한 피난처가 생각보다 많다. 문득 감성을 채우고 싶을 때, 발걸음을 옮겨 도심 속 감성충전소로 향해보자. 메마른 일상이 촉촉한 감성으로 채워지는 순간, 삶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먼저 청각에 집중해 보자.


인간의 오감 중 분위기를 만드는 으뜸 감각도 청각이기 때문인지, 정신건강학 전문가들은 청각 자극은 감성 기억을 활성화시킨다고 말한다.
“만약 감정이 들린다면 그것은 음악일 것이다”라는 말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면 음악 역시 브레인 푸드라 할 정도로 우리의 정서를 채워주는 존재이다. 휴식이 필요할 때 음악을 듣는 이유는 감각을 집중하면서 마음의 이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스마트폰 플레이리스트로는 부족하다. 좀 더 거대하고 집약된, 내가 알지 못하던 것을 채워주는 소리공간이 필요하다.


서울 이태원의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는 이름 그대로 거대한 소리 도서관이다. 이곳에는 최신 음악부터 깊이 있는 세기의 명반까지 다양한 음악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비틀스, 롤링 스톤스, 레드 제플린 등 전설이 된 뮤지션들의 의미있는 희귀 음반들을 실물로 만날 수 있다. 이제는 소장하기 어려운 희귀 음반이 매월 새로운 테마의 레어 컬렉션(rare collection)으로 선보이고, 레어 컬렉션의 각 음반에서 선별한 트랙은 DJ 선곡 리스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상업적 쇼핑 공간이긴 하지만 오디오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청담동 ‘소리샵’도 귀를 즐겁게 하는 색다른 공간이다. 겉보기엔 카페로 착각할 만큼 아늑한 분위기로 부담없이 들를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가정에서 선뜻 구입하기 힘든 고가의 턴테이블과 앰프, 스피커를 구비해놓았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출처: 소리샵)

아날로그 매체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은 그 자체로 감성 충전의 공간이다.
말 그대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턴테이블을 이용해 재생해야만 하는 LP(Long Playing)는 8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였지만, 음악의 유통 형태가 바뀌며 자취를 감추는 듯하다가 다시 LP를 찾는 사람이 제법 많아지고 있다. 디지털의 깨끗한 음질도 좋지만, 가끔 '지지직'거리는 잡음마저 따뜻하게 다가오는 LP를 들을 수 있는 카페나 바가 홍대, 강남 등에도 심심치 않게 생기고 있다.




감성충전하면
뭐니뭐니 해도 책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빵가게를 습격하다’에 늦은 밤, 참을 수 없는 허기 때문에 빵가게에 들러 허기를 채우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현대인의 라이프사이클이 밤 중심으로 바뀌어서일까. 이 재치있는 단편을 읽을 때마다 새벽까지 운영하는 빵가게가 이색적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2017년을 사는 우리에게는 깊은밤 감성의 허기까지 채워주는 심야책방이 있다.


사실 서점은 대표적인 낮의 공간이다. 참고서나 소설책을 사던 어린 시절에는 언제든 갈 수 있는 익숙한 공간이었지만, 직장인들에게 퇴근 후 서점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기껏 이용하게 되는 것이 인터넷 서점. 손쉽게 검색하고, 온라인 장바구니에 넣어 결제를 하고, 하루 이틀 후 배달된 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문득 종이 냄새를 맡아가며, 책장을 하나하나 들춰보며 책을 고르는 그 설레임이 그리웠다.


늦은 시간 영업하는 심야서점은 우리들의 잊혀진 설레임을 채워준다.
밤에만 운영하는 연희동의 ‘밤의 서점’, 책도 읽고 술도 한 잔 할 수 있는 ‘책바’가 대표적인 심야서점이다.
평상시에는 정상영업을 하다가 금요일 밤에는 밤샘영업을 하는 ‘북티크’도 한밤에 불쑥 찾기에 좋은 곳이다. 감성이 극대화되는 밤늦은 시간에 읽는 책은 머리와 마음에 더 날카롭게, 강하게 남기에 심야책방에서의 심야독서는 ‘꿀잼’이 될 수밖에 없다.

심야서점의 이런 매력을 아는 주 고객은 2030 학생과 직장인들. 심야서점들은 대부분 작은 규모로 소박하게 운영하는 곳들로 입지도 주로 골목, 지하 등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있다. 하지만 보물 같은 공간은 발견되기 마련이다. 이곳을 찾은 고객들의 SNS를 통해 도심 속의 작은 감성 충전소는 사람들에게 제법 알려진 아지트가 되는 수순을 거친다.


(출처: 북티크)



귀로 듣고, 마음으로 읽었다면
다음은 미술이다.

고흐, 샤갈, 클림트 등 좋아하는 화가들은 있지만, 이상하게도 미술은 멀게만 느껴졌었다. 그동안의 미술관이 학구적이고, 근엄하고, 조용해야할 것 같고, 재미와는 거리가 동떨어져 있었던 탓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미술시간이 내 마음대로 칠하고 그리던 즐거움의 시간이었던 것처럼, 미술은 알고 보면 내 마음대로 느끼고, 해석하는 재미가 있는 놀이다. 경복궁 옆 통의동 골목길 사이에 자리한 대림미술관에 가면 좀 더 자유로운 미술의 세계에 빠질 수 있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을 표방하는 대림미술관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 할 수 있는 사물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며 일상 속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술을 다루는 곳답게 공간자체도 센스 있고, 감각이 넘친다. 꼭 전시되어 있는 무언가를 보러 가지 않더라도 단지 미술관에 가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놀이가 된다. 입구에서부터 장난스러우면서 귀여운 일러스트와 조형물들이 인증샷의 욕구를 멈추지 못하게 한다. 이곳에서는 벽에 걸고 조심스럽게 감상하는 명화보다는 현재와 가까운 사진, 디자인, 패션이 주로 다루어진다. 현재 우리의 일상과 가깝기에 공감하고, 즐길 수 있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에는 특별히 직장인들을 위해 관람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운영한다. 미술관이지만 매월 이슈에 따라 음반감상회나 영화상영회, 가든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미술관에 가서 ‘재미있다’ ‘신기하다’ ‘무언가 예쁘다’에 그쳐도 상관없다. 모든 감상이 예술이 학구적이고 철학적일 필요가 없다. 예술은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느끼는 것이니까.


중요한 건, 몸과 마음을 열고 스펀지처럼 우리의 일상에 힘이 될 감성을 충전하면 된다는 것.
감성을 채우면 하루하루를 즐겁게,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기에.




출처: LG N-SYS family 11월+12월 호 http://www.lgnsys.com/front/webzine_new/lifestory02/sub.do?y=17&m=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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