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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무변의 세계!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하여 - 윌슨 오디오 Maxx 2를 위한 매칭!! 조회수 : 21403  


본지의 애독자라면 필자의 리뷰에 크리스티안 침머만이 독주와 지휘를 겸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녹음(DG 463 562-2)이 레퍼런스로 자주 등장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비밀이 있으니, 필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필자가 이 음반을 레퍼런스로 쓴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평소 쇼팽이라는 말만 들어도 십리 밖으로 줄행랑을 치는 사람이 필자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그 이유까지 구구하게 밝힐 필요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반사가 종이봉투에 담아 리뷰용으로 제공한 음반을 레퍼런스로 사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이 녹음이 최고의 해석을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보면 소형·대형을 막론하고 기기의 능력을 점검하는 데 더할 수 없이 독특한 음향을 이 녹음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녹음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협주곡 녹음 역사상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녹음은 1960년대 초반 데카의 ffss 녹음들이 보여 주었던 장대한 음향 무대, 올이 굵은 선율선, 중후한 텍스처 등이 디지털 음향 특유의 뛰어난 해상도와 폭넓은 다이내믹 레인지 등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 새로운 음향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DG와 시각을 달리하는 레이블들이 적지 않고, 녹음 음향에도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 만큼, 이 녹음을 당대 최고의 녹음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오디오 재생의 관점에서 보면 극복하기 힘든 도전 과제를 애호가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 음반이다. 따지고 보면 바로 이것이 필자가 레퍼런스로 이 음반을 사용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는 셈인데, 솔직히 말하면 극소수의 특별한 시스템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이 녹음을 옳게 재생해 본 경험이 필자에게는 거의 없다. 특히 기성품들을 조합한 시스템의 경우 이 녹음에 담긴 광활한 음향 무대와 장쾌한 다이내믹을 비롯하여, 독특한 뉘앙스를 이끌어 내는 현악 앙상블의 섬세한 시김새, 피아노에서 살아나야 할 육중함·화려함·투명함 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그리고 광채가 번뜩이는 ‘당당한’ 재생음을 제대로 감상해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쯤 되고 보면 이 음반을 재생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 되는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 윌슨 오디오의 맥스나 알렉산드리아 X-2 같은 스피커들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 같다. 실제로 맥스 2 스피커가 하이엔드 매칭 코너에서 다룰 기기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말러의 ‘천인 교향곡’, 브루크너의 ‘8번 교향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 등과 같은 음악이 아니라 침머만이 녹음한 일개 음반이었던 것이다. 13인치와 10.5인치 구경의 우퍼 두 개, 7인치 구경의 중음 드라이버 두 개와 1인치 구경의 트위터 등을 저음부와 중고음부 인클로저로 나누어 수납하고, 이들 인클로저를 외부 브리지로 연결하고 있는 맥스 스피커 시스템이라면 이 녹음을 제대로 재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빈둥빈둥 세월만 까먹다가 오리지널 모델의 시대를 지나서 최근 등장한 맥스 2라는 제2세대 모델에 와서야 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필자의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그러나 맥스 같은 매머드급 스피커가 태생적으로 구축하는 광대무변한 음향 무대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서는 이 녹음에 담겨 있는 육중한 피아노 음향에 걸맞은 규모의 장대하면서 입체적인 오케스트라 이미지를 적확하게 재생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믿음이다. 스피커 자체의 능력만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이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규모 정도의 음향 무대를 연출하지 못한다면, 이 녹음의 실상을 옳게 재생했다고 보기 힘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 작업은 결국 오디오 재생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과 동의어가 되는 것인 셈인데,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고 이 녹음에 담긴 음향 이미지의 실체를 온전하게 재생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보면 이번에 이루어진 시청에서는 침머만이 녹음하고자 했을 법한 장쾌한 음향을 ‘있는 그대로’ 확인했다기보다는 그동안 필자가 가졌던 예상이 크게 빗나가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이 녹음이 보여 주는 엄청난 규모의 피아노를 감싸 안는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음향 이미지를 이 시스템이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감격스럽기 이를 데 없는 일이었지만, 그 속내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전체 시스템의 불균형에서 오는 문제였다. 이번 시청에는 모두 마크 레빈슨의 기기들이 동원되었는데, 37L CD 트랜스포트, 360L D/A 컨버터, 32 프리앰프, 마지막으로 33HL 파워 앰프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이 이 스피커의 능력을 완벽하게 살려내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들 기기가 마크 레빈슨의 최상위 기종에 속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최고의 재생을 원한다면 이들 기기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시청 공간을 제공해 주었던 고전사 측이나 옵저버 자격으로 이번 시청에 참여한 금호아트홀의 녹음 엔지니어인 김현석 씨도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김현석 씨는 300석 규모의 금호아트홀에서 독일제 부메스터 앰프로 오리지널 맥스 스피커를 실제로 재생해 본 터라, 오리지널 모델을 접해 보지 못한 필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스피커를 위한 시스템 구성에 대해서는 파워 앰프를 33HL보다 한 급 위인 33H 레퍼런스로 올려야 한다는 것에 그와 의견이 일치했고, 여기에 필자의 입장을 좀더 보탠다면 트랜스포트도 30.6L, D/A 컨버터도 30.6L 정도는 되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시스템의 음향은 대역 및 에너지 밸런스 등이 다소 느슨하게 흐르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음역의 경우 음향 자체를 정교하게 잡아채는 절제력이 다소 부족해지면서 음향의 윤곽에 실려야 할 긴장감과 양감이 다소 약해지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었고, 중고음역에서도 직선성이 약해지면서 악음의 윤곽과 표정이 지나치게 유연해지거나 텍스처가 얇아지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중고음부 인클로저의 그룹 딜레이의 각도에 대한 정밀 조정을 하지 못한 것과도 상당한 관련이 있는 듯했지만, 파워 앰프의 드라이브 능력 부족과 플레이어의 등급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김현석 씨의 조언에 의하면 맥스 2와 오리지널 모델의 음향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오리지널 모델이 임팩트가 강한, 그러니까 직선성이 강력한 재생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면, 맥스 2의 음향은 그보다는 유연성과 안정성이 훨씬 향상된 특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전작 모델이 보여 주었던 강력한 직선성과 폭발력이 일반 가정이 아닌 금호아트홀과 같은 큰 공간에서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러한 특성은 오리지널 모델이 가진 강력한 능력을 말해 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맥스 2가 보여 주는 유연한 시각은 퇴보가 아니라 성숙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이처럼 맥스 2가 보여주는 안정감·유연성·섬세함 등은 음향의 균형감과 유기성을 강화하면서, 음악이 필요로 하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장대한 음향 공간 연출, 선율과 다이내믹 사이의 유연한 통합, 그리고 음악의 아기자기한 표정을 이끌어 내는 섬세한 여운과 자연스러운 색채 표현 등을 한 차원 높게 재생하기 위하여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이 스피커의 재생 포인트가 되는 대편성 음악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침머만의 쇼팽 녹음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의 ‘4번 교향곡’(EMI 5 57824 2), 버나드 하이팅크가 지휘하는 브루크너의 ‘3번 교향곡’(필립스 422 411-2) 등과 같은 대편성 음악들에서 맥스 2는 기존 오디오 재생의 한계를 뛰어넘는 광활함·중량감·폭발력 등을 역동적으로 통합하는 음향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러한 음향에 한 차원 높은 긴장감과 절도 넘치는 흐름을 실어 올리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스템 구성과 섬세한 튜닝 작업을 거쳐야 하겠지만, 현재의 시스템만으로도 맥스 2의 기본 능력과 잠재력을 확인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지금까지 윌슨 오디오의 맥스 2 스피커를 중심으로 한 조합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현재의 시스템 또한 웬만한 애호가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고가이지만, 이 기기의 진정한 능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배전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변함없는 생각이다. 이 스피커가 기존 오디오 재생의 한계를 뛰어넘을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 현재의 시스템으로 만족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 편이 옳다. 이렇게 보면 윌슨 오디오의 맥스 2는 기존 오디오의 음향 공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여행의 출발점에 서 있는 기기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길이 잠시 끊어져 있었을 뿐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 매칭 시스템
마크 레빈슨 32 프리앰프
마크 레빈슨 33HL 파워 앰프
마크 레빈슨 37L CD 트랜스포트
마크 레빈슨 360L D/A 컨버터

윌슨오디오 Maxx 2

사용 유닛 : 우퍼 13인치, 10.5인치, 미드레인지 7인치 2개, 트위터 1인치 역돔형
출력음압레벨 : 92dB/2.83V/m
재생주파수대역 : 20Hz-20kHz (+0, -3dB)
임피던스 : 8Ω, 최소 3Ω
크기(WHD) : 43.1x160x55.8cm
무게 : 186kg

월간 오디오&홈시어터 12월호

박성수/오디오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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