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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음악을 보는 즐거움을 아는가? -윌슨 오디오 X-1 Grand Slamm 조회수 : 21010  



“X-1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설계되었습니다. 현재의 기술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로 충실한 사운드를 재생하는 것입니다.”

윌슨 오디오의 수입사인 코포산업의 홈페이지에 있는 X-1 그랜드 슬램에 대한 제품 소개 가운데 일부이다. 현재의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음향을 재생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이라!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음향을 말하는 것일까? 번역 투의 성근 문장이 눈에 거슬리지만 그대로 옮겨보면, ‘X-1은 음악 연주의 다이내믹 콘트라스트와 물리적인 크기를 재생하는 능력에서 아주 돋보입니다. … 다른 모든 스피커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다이내믹적으로 압축된 표현을 합니다. 캐비닛의 진동 없는 대형 스피커를 만들기 위해서 시장에 나와 있는 어떤 것보다도 더 단단하고, 음향적으로 안정된 재질을 만드는데 수 없이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이 글에서 윌슨 오디오는 X-1 그랜드 슬램이 ‘자연 상태의 음향’ 재생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우회하여 밝히고 있다. 따라서 ‘단 하나의 목적’이란 주파수가 낮으면 낮은 대로, 스케일과 음량이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그러니까 자연 음향을 ‘있는 모습 그대로’ 재현하는 것인 셈인데, 이 글에는 새겨들을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재생음의 한계를 인정하자

그 하나는 음향 재생 기술의 한계에 대한 분명한 자각이다. 이 글은 원음 재생에 최대한 가깝게 접근한 음향을 이끌어 내는 X-1 그랜드 슬램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오디오 기술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윌슨 오디오는 X-1 그랜드 슬램조차도 현재의 기술 수준이 허용하는 최고의 음향을 추구할 뿐, 자연 음향 그 자체를 재생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넌지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스피커들이 자연 상태의 음향 특성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등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스피커들이 드라이브 유닛의 한계와 인클로저의 문제 등으로 인하여 다이내믹을, 특히 저음역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압축’한 인위적인 음향을 재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우리가 듣고 있는 저음이 ‘짓눌러 만든 것’이며, X-1 그랜드 슬램이 그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X-1 그랜드 슬램이 보여 주는 엄청난 규모와 물량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윌슨 오디오가 제시하는 ‘최소’ 규모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높이가 183cm, 좌우 폭이 42cm, 깊이가 64cm 정도가 되는 인클로저가 필요하고, 3웨이 방식을 구성된 유닛으로는 15인치와 12인치 구경의 우퍼 두 개, 미드레인지에 6인치 드라이버 두 개, 그리고 한 개의 트위터 등을 사용하여 전체 무게가 1,200파운드, 그러니까 544kg 정도 되는 엄청난 규모의 스피커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더 나아가 이 스피커는 하단부의 캐비닛에 두 개의 우퍼를 세로로 장착하고, 두 개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와 트위터는 각기 밀폐된 박스에 장착하되, 청취 환경의 다양한 음향 특성에 맞추기 위하여 윌슨 오디오 특유의 ‘그룹 딜레이’ 장치를 이용하여 중음역과 고음역의 투사 각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있다.

이쯤 되면 X-1 그랜드 슬램은 일반적인 의미의 기성품 스피커라기보다는 1940년대 미국 영화관의 PA 시스템을 연상케 하는 ‘조립식 스피커 시스템’의 가정용 버전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두고 최고의 스피커 운운하기도 뭣한 것은 그랜드 슬램이 윌슨 오디오가 내놓은 최고의 시스템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이 시스템 위에는, 15인치와 13인치 우퍼 두 개, 7인치 미드레인지 두 개, 티타늄 돔 트위터와 3/4 인치 슈퍼 트위터 등으로 구성된 초호화판 모델인 X-2 알렉산드리아가 상위 기종으로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작년 12월호 본란에서 필자가 다룬 바 있는 동사의 Maxx 2 스피커 시스템이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일 것 같다. 맥스 또한 현대 음향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피커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그 글의 말미에서 “윌슨 오디오의 맥스 시리즈 2는 기존 오디오의 음향 공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여행의 출발점에 서 있는 기기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길이 잠시 끊어져 있었을 뿐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라고 필자가 말했던 것은, 자연 음향 재생을 향한 윌슨 오디오의 여정이 X-1 그랜드 슬램과 X-2 알렉산드리아 등의 시스템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Maxx, X-1, X-2 등과 같은 슈퍼 하이엔드 스피커 시스템이 지향하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이들 시스템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음악은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음악을 듣지 말고 보라고? 무엇을 본다는 말인가? 그것은 스테레오 녹음이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음원의 위치, 즉 두 스피커 사이에 구축되는 입체적인 음향 무대와 그 속에서 시각적으로 제시되는 음원을 귀와 눈을 동시에 이용하여 듣고 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X-1 그랜드 슬램은 오디오로 재생하는 시각적인 음향 무대에서 횡축·종축 상으로 제시되는 정위감을 실제 공연장의 음향과 동일한 수준의 스케일과 다이내믹 레인지로 체험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보면 된다. 그것은 Maxx 2를 다룬 기사에서 필자가 언급한 것처럼 ‘스피커 자체의 능력만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이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규모 정도의 음향 무대를 연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재생의 목표로 삼았던 음반이 바로 크리스티안 침머만이 지휘와 연주를 맡은 쇼팽의 제1번 피아노 협주곡 녹음(DG 459 684-2)이었던 것 이 다.

어떤 앰프로 구동할 것인가!

음향 무대나 음상 정위 등과 같은 스테레오 음향의 중심 개념을 모르는 애호가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음향에 대한 관점에 따라, 그리고 오디오 시스템의 등급에 따라, 오디오 시스템의 규모에 따라 이들 개념이 실제 음향으로 구축되는 양상이 천차만별로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X-1 그랜드 슬램 같은 초대형 시스템이 구축하는 광대한 음향 무대와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저음은 실제로 경험해 보기 전에는 그 실상을 상상하기조차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일개 침머만의 쇼팽 협주곡 녹음을 오디오 재생의 궁극적 목표로 필자가 제시했던 것은 맥스, X-1, X-2 등과 같은 슈퍼 하이엔드 스피커 시스템이 아니고서는 이 녹음에 담긴 스케일과 다이내믹을 제대로 재현하기 힘들다는 필자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X-1을 비롯한 슈퍼 하이엔드 시스템을 제대로 구동하는 과제는 또 다른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대체 어떤 파워 앰프, 어떤 프리앰프, 어떤 플레이어를 가지고 이 시스템을 재생할 것인가? 이에 대하여 용산전자상가의 오디오 전문점 에어로프러스에서는 판매가가 1억 원에 달하는 X-1을 구동할 앰프 세트로 볼더의 2010 프리앰프와 1050 모노블록 파워 앰프, 플레이어에는 dCS의 세트로 트랜스포트에는 베르디, D/A 컨버터에는 엘가, D/D 컨버터에는 퍼셀 등으로 구성된 최고의 시스템을 추천했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니 전체 시스템의 판매 가격이 2억 원에 달하는 것이 되고 말았지만, 에어로 플러스에서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파워 앰프가 다소 불만이라고 하면서, X-1을 만족스럽게 구동하려면 500W의 출력을 이끌어 내는 1050 파워 앰프에서 등급을 올려 1,000와트의 출력을 이끌어 내는 2050 모노블록 파워 앰프로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에어로 플러스에 의하면 실제로 2050과의 조합에서 X-1 그랜드 슬램의 잠재력을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기기를 며칠 전 판매하는 바람에 이번 시청에서는 어쩔 수 없이 1050 앰프를 그랜드 슬램과 조합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디오 시스템 조합에서 유보 조건을 다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1050 파워 앰프만 하더라도 일반 애호가에게는 꿈의 시스템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물량과 능력을 보여 주는 기기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 윌슨 오디오의 초특급 스피커 시스템 셋업에 경험이 풍부한 에어로 플러스에서는 X-1, X-2 등의 스피커를 구동할 앰프가 현실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은 시대를 앞서가는 초특급 시스템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을 달리 표현한 것이겠지만, 실제로 특주 제작 방식의 앰프 극소수를 제외한다면 기성품으로 이들 시스템을 구동할 만한 브랜드를 꼽는다면 한두 개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 현 시점에서 최고의 앰프로 꼽히는 볼더의 앰프 세트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매칭은 성공적이었다

이렇게 보면 현재의 시스템은 X-1 그랜드 슬램이 태생적으로 연출하는 광활한 음향 무대를 굳건하면서도 안정된 이미지로 구축하고, 이처럼 엄청난 스케일에 걸맞는 최고의 음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최선의 조합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 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이 시스템이 구현하는 음향 디자인 개념을 살펴보면, dCS에서는 제공하는 고품격의 복합적인 음향 특성, 즉 베르디의 상큼함과 명쾌함, 엘가의 유려한 흐름과 자연스러운 색채, 퍼셀의 선연한 선율선과 역동적인 흐름 등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 고품격의 음향을 이끌어내고, 볼더에서는 광활한 음향 무대를 연출하는 장대한 스케일과 중량감, 어떤 조건에서도 장쾌한 폭발력을 여유 있게 이끌어 내는 강력한 힘, 음악의 세부 표정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정교한 표현력, 정연하면서도 광채가 번뜩이는 색채 표현 능력 등을 이끌어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복합적으로 형성된 음향을 X-1 그랜드 슬램이 지향하는 광대무변한 음향 무대를 구축하고, 그 무대에 세련미와 관능미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 자연스러운 음향을 빈틈없이 채워 넣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이 시스템은 영화로 치면 아이맥스 영화 화면을 연상케 하는 음향 무대, 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정도의 무대를 연상케 하는 광대무변한 음향 무대를 제시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처럼 규모가 큰 음향 무대 안에 정확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앉은 각 악기의 음향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제시하는 장대한 음향 무대, 음악의 템포, 각 악기의 음색 등은 웬만한 플로어 형 스피커 사용자라고 해도 익숙해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처럼 보인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1층 앞쪽 자리에서 듣는 듯한 음향 밸런스에 익숙해지기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이 시스템은 라이브 공연과 오디오 재생 양쪽에서 풍부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본격 음악 애호가를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그 광활한 음향 무대 저 너머에서 떠오르는 자연스러운 음향 풍경이라니! 그 음향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이 아이러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지축이 흔들린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오르간의 저음에서 시작하여 피콜로가 만들어 내는 예리한 고음까지 거침없이 쏟아내는 자연스러운 음향은 현존 최고의 시스템의 그것이라고 해도 해야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시청에서 필자가 경험한 음향이 여러 여건으로 인하여 최고의 재생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재생 음향이 ‘듣는 것이면서 동시에 보는 것’이라는 스테레오 음향 재생의 기본 원리를 음향 초보자라도 쉽게 느낄 수 있는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음향을 연출하고 있었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자연 음향에 가까운 음향 풍경! 그 세계에 어떻게 다가설 것인가? 그리고 그 세계를 어떻게 애호가 자신의 내면 풍경을 담은 음향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어느 쪽으로 보아도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것은 그리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 매칭 시스템

스피커:윌슨 X-1 그랜드 슬램 1억 2,100만원
프리앰프:볼더 2010
파워 앰프:볼더 1050
D/A 컨버터:dCS Elgar
D/D 컨버터:dCS Purcell
SACD 플레이어:dCS Verdi

수입원:코포산업 (02)497-1501
사용 유닛:우퍼 38cm, 30.5cm 각 1개, 미드레인지(2) 15.2cm, 트위터 2.5cm
인클로저:우퍼-베이스 리플렉스형, 미드레인지와 고역-밀폐형
출력음압레벨:97dB/2.83V/m
주파수 응답:19.5Hz-22.5kHz(-3dB SPL)
임피던스:8Ω
권장앰프출력:최소 20W
크기(WHD):39.6x182.8x64cm
무게:544kg

월간 오디오&홈시어터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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