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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오디오+오디오 아날로그 의 매칭 조회수 : 24846  

용산 금강전자의 추천 매칭
다인오디오+오디오 아날로그

◎ 인티앰프 : Audio Analogue Maestro
◎ CD 플레이어 : Audio Analogue Maestro
◎ 스피커 : Dynaudio C2
◎ 오디오랙 : 바우하우스 NTA-WN7.7


매칭이 즐거워야 소리가 즐겁다

금강전자 용산점 | 고태환 사장

오디오의 참 재미는 매칭에 있다. 매칭을 통해 좀더 나은 소리를 얻었을 때의 성취감, 그것이 오디오 취미를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원동력을 끊임없이 지속하게 하는 것은 바로 숍의 의무일 터. 금강전자의 명예를 걸고 오디오 생활에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최고의 매칭을 추천하고자 한다.

금강전자에서 추천한 시스템은 다인오디오 C2 스피커, 오디오 아날로그 마에스트로 인티앰프, 마에스트로 192/24 CD 플레이어다. 처음 <월간오디오> 측에서 최고의 매칭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왜냐하면 금강전자에 오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항상 다인오디오 스피커와 오디오 아날로그 앰프조합을 권한다. 다인오디오의 높은 해상력과 오디오 아날로그의 뛰어난 구동력. 흔히 말하는 ‘찰떡궁합’이다. 시스템을 선택할 때 무조건 베스트셀러 제품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제품 간에 얼마나 좋은 ‘상호 작용’을 하는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인오디오와 오디오 아날로그를 매칭했을 때의 시너지 효과는 뛰어나다.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잘 보완하여 뛰어난 소리를 만들어 낸다. 이것은 국가성과도 연관 있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오디오 아날로그)의 다혈질적인 성격과 덴마크(다인오디오)의 우직한 정직함이 음과 양으로 조화를 이루는 듯하다. 이 매칭의 몇 가지 장점을 꼽으라면 음의 정의감을 잘 표현하고, 귀를 자극하지 않는 편안한 소리를 내고, 제 색깔을 찾아낸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성향의 소리는 오랫동안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다. 요즘처럼 현란하고 자극적인 소리가 판치는 세상에 이 조합은 더없는 편안함을 선사할 것이다.

매칭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따른다. 이런 시행착오를 최대한으로 줄여 주는 것이 숍과 잡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월간오디오>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이번 프로젝트는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소리가 즐거우려면 매칭이 즐거워야 한다. 그 즐거움을 위해 금강전자는 오늘도 노력 중이다


음악성과 녹음의 우열을 가려냈다
허영호 | 음반 평론가

새로운 기계를 듣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박성수 씨 작업실에 기계를 들여다 연결하고 음반을 걸어보니, 이 조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춘 소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하지만 대강 들어보아도 이 시스템의 장점과 잠재력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일단 시원하고 밝은 소리를 내주는데 호감이 갔고, 스피커도 대형 시스템답게 관현악을 성실하게 표현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음반마다의 개성과 특성을 명료하고 알기 쉽게 드러내준다는 데 많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이 정도의 시스템 조합이라면 음반 소프트의 미묘함과 민감함을 일정 수준 이상 변별해서 보여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EMI가 발표한 두 가지의 리마스터링 시리즈, 즉 일본 도시바 EMI의 2088 시리즈와 영국 본사의 ART 시리즈의 비교시청을 본격적으로 해볼 마음이 생겼다.

시스템을 들여놓은 첫 날에는 박성수 씨와 함께 1차 튜닝 작업을 했다. 스피커 위치도 조정하고, 케이블도 이것저것 바꿔 보고, 전원 극성도 살펴보고, 오랜만에 오디오 하는 기분을 즐겼다. 그렇지만 음반 소프트의 미묘한 차이를 논할 수준의 소리는 아직 아니구나 싶어 좀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틀 후 박 선생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는 첫날의 소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완성도를 갖춘 소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박성수 씨가 그 사이에 이 시스템에 무슨 조정을 해놓았는지 모르지만, 이 정도면 음반 소프트의 청취에만 집중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었다.

EMI ART와 2088의 탄생
EMI 레이블은 지금의 음반 산업이 탄생하는 과정을 주도했는데도 자사 레코딩의 기술적 특성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데 인색하다. 다른 레이블에 비해 상대적으로 레코딩 기술과 거리를 두고 있는 레이블로 보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열악한 음향의 대명사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보수적 이미지 뒤에 감추어진 EMI의 거대한 잠재능력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①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카탈로그를 보유한 레이블
② 단순소박함 속에서 추구하는 정통 음향의 전통
③ 기술혁신을 내세우기보다 소프트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중시하는 신중함
④ 일찍이 이루어낸 레이블의 국제화 등이다.

EMI는 인수합병, 혹은 조인트 벤처의 형식을 통해 프랑스의 EMI Pathe Marconi, 독일의 EMI Electrola, 그리고 일본의 EMI 도시바 등을 거느리고 이들의 독자적인 A&R 영역을 인정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90년대 초 한국의 EMI 계몽사도 이에 포함될까?) 이러한 EMI의 네 가지 면모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난 산물이 바로 EMI 도시바의 2088 시리즈, 그리고 본사의 ART(Abbey Road Technology)이고, 그 배경에는 시장의 요구와 소비자의 수준향상이라는 동력이 있었다. 즉, 디지털 기술이 CD라는 미디어 포맷으로 음반시장의 총아로 등장한 지 10년이 넘어서자 새로운 수요 창출의 돌파구를 과거 명반의 패키징에서 찾아보겠다는 상업적 의도와 더불어, 기존 CD의 16비트/44.1kHz 기술사양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소비자의 수준향상이 관건이었다.

우선 ART부터 알아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ART의 등장을 GROC(Great Recording of the Century) 시리즈가 출시된 1998년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EMI의 ART 프로젝트는 1995년에 이미 시작되었다. 카라얀 사후 도이치 그라모폰이 그의 레코드를 ‘카라얀 골드’라는 리마스터링 패키지로 출반하여 상업적 성공을 거두자, EMI에서도 이에 맞서는 카라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래서 카라얀의 EMI 녹음 엔지니어(tonemeister)로 일했던 EMI Electrola 소속의 볼프강 굴리히(Wolfgang Gulich)를 런던으로 불러와 EMI 애비로드 스튜디오의 수석 엔지니어 사이몬 깁슨(Simon Gibson)과 공동 작업을 통해 개발한 시스템이 바로 ART인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카라얀 음원의 오리지널 아날로그 테이프가 대부분 멀티트랙으로 보존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 기술적 과정은, 일단 멀티트랙으로 녹음된 아날로그 테이프를 콘솔데스크에서 현대적인 음향기준에 맞게 리믹싱을 해서 새로운 밸런스로 음원으로 ‘재창조’한 뒤, 이 아날로그 테이프를 20비트 플랫폼에서 A/D 변환하고, 다시 CD 포맷에 맞는 16비트로 다운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위해 두 명의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시스템은 Prism Super Noise Shaping System(PSNSS)으로 명명했다. 결과적으로 배경 노이즈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오리지널 음원 실체감의 극대화, 새로운 차원의 음반 리얼리즘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오리지널 레코딩의 해체,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밸런스’를 창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카라얀의 음원으로 시작한 ART가 다소 실험적인 프로젝트였는데도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자 2-3년에 걸친 2차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1998년 GROC가 발매와 동시에 ART라는 브랜드로 전 세계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벌이게 되었다. 데카가 비슷한 시기에 ‘클래식 사운드’라는 개념으로 리마스터링 상품을 소개했다가 기술적인 결함 때문에 흐지부지 되어 버리고 ‘레전드’ 시리즈를 다시 내놓았던 시행착오 사례와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EMI의 보수성 속에 숨겨진 저력이라고 하겠다.

한편 일본 도시바의 2088 기술은 이보다 앞선 1994년 가을에 개발이 완료되었다. CD 미디어 플랫폼에 관한한 일본이 유럽, 미국보다 ‘진화’가 앞선 상태였고 당시 일본 음반 오디오 업계의 화두는 “희망적인 슈퍼 CD의 기록 용량은 20비트에 88.2kHz이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징적 명제를 2088이라는 상품명으로 기획한 곳이 일본의 EMI 도시바였다. 당시 도시바 연구개발부문을 이끌던 松原政典씨 팀이 개발한 2088 시스템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테이프가 필요 없는 녹음편집 시스템’이었다. 즉, 모든 음원 소스를 20비트, 88.2kHz의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서 음악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하드디스크에 저장하고, 여기에 가용한 여러 가지 디지털 응용기술로 리마스터링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인데, 오리지널 마스터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이 ART와는 다르다. 松原씨는 2088의 사운드가 추구하는 방향을 당시 한 저널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2088의 가장 큰 의미는 아날로그 오리지널의 뉘앙스를 극대화하고, 이를 손상시키지 않는 데 있다. 무색투명한 음색을 추구하면서도 음질 손실을 극한으로 줄이는 데 주안점으로 두고 개발했다.”

EMI 도시바에서 주장하는 음질의 특성과 이후 평론가들이 평가하는 음질의 특성은 그리 다르지 않다. 울림이 풍부하고 음장감이 좋으며, 분해 능력도 우수하다. 섬세한 표현력도 갖추고 있으며 저음역도 자연스럽게 퍼진다. EMI 도시바는 특히 저음역에서 ‘강한 질감’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마스터 테이프를 해체해서 재구성하는 ART와는 달리 EMI 도시바는 있는 그대로의 오리지널에 ‘착색’을 하는 방법으로 접근했는데, EMI 도시바가 추구했던 ‘자연스러움’은 아날로그 디스크가 기준이 되었고, 게다가 일본 특유의 ‘입맛’이 가미되었기에, 그 결과물은 상당히 주관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기존 EMI 카탈로그를 재미있게 재조명한 2088 프로젝트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주문이 이어졌고, 한국에도 당시 EMI 코리아의 고전음악 담당자 안목 덕분에 거의 모든 아이템이 수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음반 비교

일단 클렘페러의 베토벤 3번 교향곡 ‘에로이카’로 시작해본다. 워낙 유명한 연주이고 필자가 처음으로 이 녹음을 접한 지도 벌써 25년이 지났다. 도시바 2088(TOCE 3197, 일본 프레싱) 음반에서는 클렘페러가 해석하는 베토벤의 특성이 명맥하게 드러나고 있다. 웅장한 투티, 한 치의 주저함도 용납하지 않는 탄탄한 템포, 그리고 소노리티의 거대함 등이 모두 잘 살아나고 있다. 한편 이 대목에서 다인오디오 스피커는 마음먹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자연스럽고 막힘이 없다. 소형 스피커로는 이런 웅장함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현대적인 베토벤 해석이 주류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필자는 아직도 베토벤은 이렇게 연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퇴물이다. 한편 EMI ART(5.66793, 유럽 프레싱)에서는 상대적으로 음상이 슬림하게 정리되어 있다. 세부적 선율도 말쑥하다. 심지어 1악장 전개부에서는 그동안 듣지 못했던 목관 앙상블의 디테일도 들린다. 이 레코딩에 아직도 숨겨진 그 무엇이 있었단 말인가? 새삼 레코딩은 위대한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40여 년 전에 녹음된 연주에서 새로운 감각을 찾아낸 ART 기술에 새삼 놀랐지만 클렘페러의 베토벤에 관한 한 필자는 도시바 2088을 선택하겠다.

다음으로는 마르티농의 드뷔시 관현악. ‘바다’와 ‘야상곡’을 들어 보았다. 70년대 말 이후 80~90년대를 거치면서 해석의 전형이 되어버린 ‘정제된’, 소위 ‘웰빙’ 드뷔시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생경스러운 연주이자 녹음이다. 하지만 과연 이 시대, 이 시점에서 이렇게 연주하는 드뷔시를 꼭 들어야 하는지 의문도 생긴다. 호른, 트럼펫의 비브라토가 당연시되고 현악주자들의 연주 방식도 지금의 기준으로는 구식이다. 누군가 불란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황금안개’라고 묘사했다. 금관의 고역은 청중에게 직접음으로 다가오지만, 스트링의 저음은 무대 뒤편에서 떠돌아다니다가 간접음으로 휘감는 것을 말한다. 스피커로 말하면 ‘백로드 혼’인 셈이다. 도시바 2088(TOCE 3040, 일본 프레싱)은 사운드 스테이지, 음량 모든 면에서 ‘포화’ 상태이다. ‘바다’는 지중해의 평온함이 아니라 남태평양의 폭풍이고, ‘야상곡’의 2악장은 유럽 어느 시골 야경대의 작은 소란이라기보다는 강남대로 자정 전후의 교통지옥 소음이다. 고역이 억제되고 중역이 다소 부풀어 있는 2088의 특성이 ‘독약’으로 작용하는 순간이다. 한편 ART(TOCE 59033, 일본 프레싱)로 와보니 드디어 ‘공간’과 ‘소리’ 사이에 밸런스가 잡혀 가는 느낌이다. 이 둘의 밸런스는 사실 드뷔시 관현악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처음이자 끝이다. 스테이지는 2088보다 좁지만, 이것이 다이내믹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시스템 덕분이다. 오디오 아날로그를 인티앰프라고 얕보지 마시길. 댐핑이 매우 좋다. 마르티농의 드뷔시 앨범에 관한한 ART 프로세싱의 월등함은 명백하다. 하지만 LP 애호가라면 이 두 버전 모두에서 만족을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아직도 마르티농의 드뷔시 관현악 전집은 LP 컬렉터들이 찾아나서는 아이템이다.

다음은 카라얀의 바그너 관현악집. ‘방황하는 화란인’ 서곡을 시청해본다. 70년대에 들어와 카라얀은 레퍼토리에 따라 도이치 그라마폰과 EMI 레이블을 넘나들며 레코딩했다. 당시 카라얀은 EMI에서 슈베르트 교향곡 전집, 브룩크너 4,7,8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관현악, 바그너, 드뷔시, 베르디의 오페라, 그리고 베토벤 협주곡 등을 녹음했다. 그 배경에 뭔가 오디오적인 시사점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우선 도시바 2088(TOCE 3072, 일본 프레싱)의 첫 인상은 ‘듣기에 부담스럽다’라는 것이다. 녹음장소인 베를린 예수 그리스도 교회의 음향적 특성도 단점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게다가 카라얀이 바그너를 대하는 해석의 시각도 문제다. 관능적이고 탐미적이기는 하지만 투명함에 별 관심이 없는 그의 성향이 시종일관 답답한 연주를 들려주는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2088의 기술적 특성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 거북함이 지나친 상태가 되었다. 어찌하여 다인오디오에서 탄노이의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ART(5.61108, 유럽 프레싱)로 들어보아도 카라얀 해석 자체의 개성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여기서는 카라얀이 70년대 EMI 녹음 세션에서 추구했던 목표를 어렴풋이 보여준다. 목관 앙상블의 몽환적인 아름다움, 오케스트라의 원근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법 등은, 사실 카라얀이 도이치 그라모폰 녹음에서 일정 부분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다. 카라얀의 바그너는 ART로 들어야 함이 당연하지만, 이 또한 최선의 상태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오이스트라흐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정해본다. 베를린 필하모닉을 오이스트라흐 자신이 지휘해서 협주곡 전집을 녹음했다. ‘불멸의 명반’은 아니지만 오이스트라흐 전성기의 수려한 운궁은 정말 대단하다. 무엇보다 50세가 넘은 중늙은이가 모차르트의 천진난만함과 장난기 어린 젊음을 어쩌면 이토록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는지? 도시바 2088(TOCE 3212, 일본 프레싱)에서는 바이올린 연주의 관능미가, 70년대 아날로그 녹음의 세련미와 절묘하게 조합되어 마치 손에 잡힐 듯하다. 여기에서는 현악의 섬세한 면을 드러낼 줄 아는 이 시스템의 능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 시스템에서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소리가 아닌 것 같다. 감미로움의 극치라고나 할까. 밝은 성향의 소리를 만들어주는 이 시스템과도 훌륭한 매칭이다. 이 판은 오디오 숍 데모용 소프트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반면 ART(TOCE 59182, 일본 프레싱)에서 표현하는 사운드는 조금 분석적이고 자극적이다. 디지털 냄새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전체적인 스테이지의 밸런스에서는 ART쪽이 훌륭하지만, 필자는 이 레퍼토리 연주에 관한한 오이스트라흐 바이올린 소리에 더욱 탐닉하고 싶다. 2088의 승리.


뒤 프레의 엘가 협주곡

필자가 마지막으로 손에 쥔 앨범은 뒤 프레가 연주한 엘가의 첼로 협주곡 앨범(5.62887, 유럽 프레싱). EMI의 야심작 프로젝트 ART의 의미를 확실하게 이해하고자 함이었다. 앨범에는 ART 리마스터링을 2004년에 했다고 명기되어 있다. 이 앨범은 1960년대 중반에 발표되어, LP 생산을 중단했던 그날까지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80년대에 들어와 CD 포맷으로 발매되어서도 그 위치는 유지되었다. EMI는 앨범 커버도 한 번 안 바꾸고 지금까지 이 앨범을 얼마나 팔아먹었을까? 그리고 왜 이제야 ART화를 했을까? 필자 또한 뒤 프레의 엘가를 LP 시절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왔고, 이 녹음을 주어진 미디어 포맷, 최고의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재생할 때 어떠한 소리를 만들어 주는지 알고 있고, 또 익숙하다. 필자가 현재 운용하는 아날로그 시스템(오라클 프리미어, SME V, 오토폰 SPU 로열)으로 LP 버전을 시청한 뒤 ART CD를 들어보았다.

그런데 이럴 수가! 새로운 ART 프로세싱으로 제작된 뒤 프레의 엘가 협주곡은 ‘재해석’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리지널과는 달랐다. 안정성, 대역간의 균형, 관현악과 솔리스트의 밸런스, 완벽한 소노리티로 표현할 수 있는, 실로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재생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오리지널 LP와 달랐다. 한 순간도 이 음반이 6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40년이 다되어가는 녹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이제 CD가 LP 흉내 내기를 넘어서 뭔가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음원의 다양한 리마스터링 음반을 비교하는 작업은 매우 흥미로웠다. 게다가 오래된 LP까지 들춰내며 들어보게 되니 그 재미가 더했다. 이게 바로 오디오파일의 도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이런 재미가 가능했던 이유가 다인오디오와 오디오 아날로그 매칭 시스템 덕분이라는 사실을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특히 스피커는 솔직히 탐이 난다.
필자가 오디오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기준은, 기계가 기계의 역할에 충실해야지 소프트의 약점을 들춰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녹음이 낡고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청취자에게 고자질하는 기계는 아무리 기술적 특성이 좋아도 결코 좋은 기계가 아니다. 바로 이러한 덕목이 이 청취에 사용된 시스템에 필자가 많은 호감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소리이면서도 오래된 녹음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고, 같은 음원의 서로 다른 리마스터링의 차이를 확연히 구분하는 능력을 갖춤으로서, 결과적으로 ‘연주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오디오’라는, 결코 쉽지 않은 결과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소리에서 고혹적인 음향의 사진을 본다
박성수 | 오디오 평론가

이 달부터 본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코너인 ‘오디오 플러스 뮤직’의 문을 여는 시스템은, 이탈리아의 메이커인 오디오 아날로그의 마에스트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마에스트로 192/24 CD 플레이어에게 심장부를 맡기고, 여기에 덴마크 중견 메이커 다인오디오의 대형 플로어형 스피커 컨피던스 C2를 조합한 시스템이다. 용산전자상가의 터줏대감이라고 해도 좋을 전문 상점 금강전자에서 추천한 이 시스템의 시청 작업을 진행하면서, 역시 오디오는 ‘실전의 예술’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 상점에서 검증을 끝낸 시스템이므로 세팅과 튜닝에 별 어려움이 없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철저한 오산이었던 것이다.

전후 사정을 돌이켜 보면 이러한 어려움은 필자와 일면식도 없는 기기들로 구성된 낯선 시스템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지만, 장님 코끼리 더듬기 식의 신경전을 벌이면서 이 시스템이 지향하는 음향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재생의 목표를 설정한 다음, 튜닝 작업에 들어가는 과정은 애호가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기기를 길들이기 위하여 악전고투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이 작업을 두고 시스템과 필자의 감수성 사이에 놓인 간극을 메우고 서로 공감하는 소리의 길을 닦는 작업이라고 표현한다면, 튜닝 작업에서 애호가들이 겪는 고통을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이 시스템이 추구하는 음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감각적인 음색으로 그려가는 고혹적인 음향의 사진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상하 좌우 어디를 둘러보아도 군더더기라곤 터럭만큼도 발견할 수 없는 깔끔한 대역 밸런스로 표현되는 절제된 탐미성이 이 시스템에서 사진처럼 또렷하게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시스템은 마치 아리따운 몸매를 육감적으로 드러내는 세련된 정장 차림의 여성과 눈빛을 마주치는 듯한 고혹적인 음향을 들려주고 있었다.
이럴 때 구획이 분명하고 선도가 높은 감각적인 음색, 음악의 표정과 극적 흐름을 또렷하게 제시하는 정교한 선율선과 예리한 다이내믹 등이 컨피던스 C2가 연출하는 광활하면서도 선명한 음향 무대 속에 마치 사진처럼 인화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음향 특성은 마에스트로 앰프와 CD 플레이어가 추구하는 명쾌함·단단함·안정감이라는 화두를 다인오디오 특유의 견실한 음향 무대 속에 안착시키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선택할 애호가의 고민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이처럼 정교한 음향을 연출하는 기기들이 흔히 보여 주는 완고함 또는 까다로움에서 연유한다. 최적의 밸런스를 유지할 경우 그보다 더할 수 없는 고품격의 탐미성을 연출하지만, 조금이라도 균형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역 밸런스가 고음역 쪽으로 치솟으면서 음색이 지나치게 화려해지고 선율선이 경질로 흐르며, 저음역에 실리는 무게와 확산감이 약해지면서 음향의 유연성과 어우러짐이 약해지는 문제점을 드러내기 쉬운 것이다. 실제로 이 시스템을 튜닝하면서 필자 또한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 마디로 사용자의 감수성과 시스템 튜닝 능력을 종합 평가하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이 시스템을 튜닝하면서 필자는 음향 자체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하여 중저음역을 보강하고 저음역의 확산감을 살려내는 데 주력했고, 적절한 규모의 음향 무대를 구축하기 위하여 배플의 폭이 좁은 C2 스피커 세팅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 결과 아주 만족스럽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대형 스피커가 별 무리 없이 펼쳐 내는 장대한 음향 무대 속에 선율·색채·다이내믹 등이 다소 편안한 모습으로 스며드는 음향을 이 시스템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튜닝 방향에 대해서는 음반 평론가 허영호 씨도 찬동의 뜻을 표해 주었다.

지금까지 오디오 아날로그의 마에스트로 인티앰프·192/24 CD 플레이어와 다인오디오의 컨피던스 C2 스피커를 조합한 시스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결론삼아 이야기해 보면 이 시스템이 지향하는 음향은 보색 대비가 분명한 깔끔한 색채와 또렷한 윤곽의 선율선이 탄탄한 균형을 이룬 사진의 리얼리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음반에 담긴 정보를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적확하게 표출하는 정연한 음향 조형을 선호하는 애호가에게 이 시스템을 권한다면 크게 환영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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