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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평판형 헤드폰의 역사를 다시 쓰다. Final - D8000
글쓴이 : MD_내귀에공연장치      등록일 : 2018.01.05 09:33:42     조회 : 752






이번엔 평판형 드라이버라고요?


파이널에서 평판 - 자력형 드라이버를 쓴 헤드폰을 내놨다길래 '이 브랜드는 정말 안하는게 없구나' 라는 생각이 일었다. 실제로 파이널의 History를 참고해 보면 스피커, 진공관앰프, 턴테이블, BA이어폰, DD이어폰, 헤드폰, BA가 들어간 헤드폰(?), 이어팁, 케이블, 파우치, 하드케이스, 안만들어 본 게 없다. 3D프린터로 500만원짜리 이어폰을 만들어 내는가 하면, 박물관에 놓인 조형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광채로 번뜩이는 700만원짜리 헤드폰을 만들기도 하고, 순금으로 유닛 전체를 도금해버린 300만원짜리 이어폰도 있다. 심지어 그 금덩이 이어폰은 오로지 악기 하나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쯤되면 파이널이라는 브랜드가 대중과는 담을 쌓은 실험 정신 투철한 외골수 브랜드라고 판단될 법도 한데(실제로 파이널에는 실험실, 연구실이라는 뜻을 가진 LAB 시리즈도 있다),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끼친 대국민 이어폰 E시리즈의 성공으로 완전히 그렇다고 보기엔 어려워졌다. 과연 파이널이 선보인 평판형 헤드폰은 어느 쪽일까? 파이널 신규 D라인업, 평판형 드라이버를 사용한 D8000이다. 






소비자 판매 가격이 569만원이다. 결코 저렴하지 않다. 국내에 들어온 헤드폰 중에 이 정도 되는 가격을 보이는 헤드폰이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헤드폰은 어째서 비싼가? 제조업에 종사한 적은 없지만 나이가 들 수록, 다양한 제품들을 접할 수록 제품의 가격은 원자재 금액보다 나머지 요소와 더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소수를 위한 명품이나 예술쪽으로 넘어가면 프리미엄이 붙는다. 브랜드가 보여준 열정과 노력을 인정하고 후원한다는 의미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파이널의 제품들을 단순히 음향기기라고 보기엔 어렵고, 예술 작품이라 칭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재생하는 기기가 예술작품이 아니면 무엇인가? 

다만 음향기기인데 보기에만 좋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눈에 흰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은자가 커질만한 가격인데 '어디 얼마나 좋은가 보자' 라고 마음 먹는 것이 인지 상정이다. 아, 이건 리뷰 하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인데. 


외관 / 구성







마감의 디테일과 품질은 최고급이다. 특히 촉각 부분에서 D8000은 여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어패드 재질이 대단히 특이하다. 계속해서 만지고 싶고,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몰라도 이게 바로 고급이 아닐까 하는 감각을 느끼게 해 준다. 고급가죽을 덧대 만든 헤드밴드 역시 편안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케이블의 질감이었다. 소리의 질감이 아니라 실제 만지면서 느껴지는 부드러우면서 강인한 면모는 케이블을 계속 만지작 거리게 만들었다. 여태 이런 질감을 보여주는 헤드폰 케이블은 없었는데... 원래 좋은 촉감은 계속해서 만지고 싶은 법이다. 여자친구의 볼살이나 뱃살처럼. 케이블 피복 질감은 간과하기 쉽지만 헤드폰 케이블이 의외로 꽤 자주 손을 탄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끼는데 빠지지 않을 요소다. 굵기도 색상도 모양도 모두 프리미엄 케이블스럽다. 






평판형 헤드폰은 강한 자력을 가진 무거운 자석을 여러개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 구조상 무게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착용시 무게 배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평판형 헤드폰을 오랫동안 만들어왔던 Audeze도 이 부분에서 아마 많은 고심을 했을 것이다. 본사에서 확인한 바로 D8000은 523g. 무게 배분은 상당히 잘 되어 있다. 안경과 호환성이 좋지 않아 경건한 마음으로 벗어두었다. 장시간 들어도 정수리의 압박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귀 아래 부분에는 약간의 장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500g이 넘는 걸 머리 위에 얹는데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길 바란다면 너무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마술도 아니고.   헤드폰 길이 조절은 매우 넉넉하다. 대두라고 자부하는 본인도 길이를 상당히 줄여서 착용해야만 했을 정도다. 이 길이 조절 하는 느낌 또한 최고급이라 칭할 만한데, 소리가 나지 않으며 경박하지 않고 부드럽게 스스륵 조절되고, 조절을 멈추면 위 아래로 미끌림이 전혀 없이 단단히 고정된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내부를 분해해 보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헤드밴드에서 이어컵으로 연결되는 부분 또한 신경을 상당히 많이 쓴 것을 알 수 있다. 어깨 관절처럼 되어 있는데, 움직이는 폭이 그리 크지 않아도 입체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얼굴형태에 밀착되기에 충분한 모양새다. 관절 부위를 조절할 때에도 길이 조절하는 부분처럼 고급 세단의 기품이 있다. 이어패드 교체는 Sonorous 시리즈와 같은 방식으로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D8000의 개발 스토리에 따르면 이어패드 밀도에 따라 사운드가 현격하게 차이나기 때문에 적절한 밀도를 갖춘 이어패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멋들어진 철제 스탠드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스탠드는 D8000만을 위한 전용 스탠드로 무게를 재보지 않았지만 헤드폰과 동시에 양손으로 들어봤을 때 헤드폰 못지 않는 무게를 갖고 있다. 여태 본 것 중 무게와 디자인에서 둘 다 최고라고 부를 수 있는 헤드폰 스탠드다. 이 정도의 헤드폰을 거치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디자인과 만듦새를 가진 스탠드 정도는 사용해야 격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헤드폰을 얹어놓고 이리저리 흔들어보았다. 그 상태에서 흔들거렸다면 좋은 평가가 산산조각 났겠지만, 조금도 꿈쩍하지 않은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역시 파이널, 믿음이 간다. 






D8000은 구조상 완전 개방형으로 만들어졌다. 차음성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으니 전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제품을 매장에서 청음하고 싶다면 매장 한 켠에 자리잡은 블루투스 스피커 & 거치형 헤드폰 감상 전용 룸에서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D8000이 아니라도 개방형 헤드폰은 무조건 조용한 곳에서 들어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 만약 여태 그러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최대한 조용한 곳에서 테스트를 해 보길 간절히 바란다. 

미니기기 직결을 위한 1.2m 3.5mm 커넥터 케이블 1개와 3m 6.3mm 거치형 시스템과 연결할 케이블 2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사운드 


평판형 헤드폰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미국의 Audeze다. Audeze 하면 또 LCD 라인업이 떠오르는데, 여러 LCD 모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LCD-X다. 탄탄한 몸을 가진 날렵한 닌자가 떠오르는데, 아쉽게도 LCD-X의 상위 모델은 LCD-X와 궤를 같이 하지 않는 소리였다. LCD-X 같은 음색을 띄면서 더 상위의 모델은 없을까 하고 이상형을 그렸었는데 전혀 예상도 못한 브랜드에서 찾던 소리를 만났다. 

평판형 드라이버를 사용한 헤드폰은 내 경험상 공간이 넓지 않다. 이는 D8000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탁월한 강점이 있는데, 저음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D8000은 이 저음 표현의 정점에 올라서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모든 헤드폰이 이상으로 그리는 '좋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저음'을 이처럼 자연스럽고 담대하게 표현하는 것을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사운드를 최종적으로 판가름하는 하는 것은 저음의 완성도라는 오디오 명언이 있을정도로 오디오 시스템을 통틀어 좋은 저음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사운드의 매력이 저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컬은 풍성하고 달콤하다. 고음은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스러운 공간만 표현해준다. 이런 담백한 표현이 전체 사운드의 조화를 돕는다. 평판 드라이버 특유의 흔들림없는 정확한 음의 표현은 기본이라 할 수 있으며, 우아하고 기품이 느껴지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AFDS (Air Film Damping System) 기술

파이널은 예전부터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 사운드를 튜닝하는 브랜드였다. Heaven 시리즈 공통으로 BAM(Banlancing Air Movement)이라는 기술을 적용하여 자연스러운 음을 튜닝했었는데, D8000에는 AFDS라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처럼 공기가 잘 흐를 수 있게 구조를 만드는 것은 최종 결과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소리와 공기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했다는 것이 참 영리하게 생각되었는데 이런 시도는 D8000의 정체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위에서 케이블이 2개 있다고 소개했는데, 미니기기 직결을 위한 케이블을 만들었다는 말은 미니기기 직결을 어느정도는 의도했다고 본다. 그러나 임피던스가 60ohm이라면 대체적으로 앰프를 연결해야 맞다. 굳이 저항 수치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 정도의 직경을 가진 체급의 헤드폰이라면 앰프를 연결해 주는 것이 맞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사용중인 아이폰 및 SONY WM1Z에 연결해 보았다. 이 제품의 진가를 보이기에는 아쉬운 면이 분명 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의 파워는 굉장했다. 이 정도 급의 헤드폰을 구입한다면 당연히 앰프는 갖고 있을테지만 출장같은 부득이한 경우, 헤드폰만 들고가 미니기기에 연결해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사운드가 나와주는 것이다. 물론 음량은 90% 이상 올려야 한다. 






누구라도 이 제품을 듣게 되면 고개를 갸웃하지 않고 바로 미소지을 것이다. 보통 제품을 접하고 리뷰를 쓸 때에는 '이 제품의 장점을 찾아야겠다' 라는 마음을 먹고 쓰며, 실제로 숨겨진 장점들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허나 D8000은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부터 압도적인 감동이 몰려온다. 이 느낌은 몇 년 전 소리샵(오디오파트)에서 처음으로 근무할 때,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악을 온몸으로 받아 전율을 금치 못했던 그리운 그 느낌이었다. 






Karajan이 지휘했던 베토벤 Sympony 9번 합창은 일정 등급을 넘는 제품을 테스트 할 때 반드시 들어보는 음원이다. 말하자면 최종면접관이다. 이처럼 악기가 많고 넓은 공간에서 녹음된 음원을 듣게 되면 제품의 한계, 또는 치부를 반드시 드러내고야 만다. 헤드폰의 성능이 뛰어나지 못하면 바로 깡통소리가 나버린다. 그러나 이게 무엇인가. 이 헤드폰은 어찌 이렇게 담대하게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인가. 실로 감탄만 나온다. 






 이런 튜닝은 스피커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수준이다. 스피커 소리를 흉내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스피커 소리가 난다. 스피커의 저음을 헤드폰에서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이라 생각했는데, 파이널은 평판형 헤드폰에서 그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스피커의 저음 표현이란, 단순히 저음의 양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피커만이 가능하다고 여겼던 저음이 넓게 퍼져나가는 울림과 동시에 이불처럼 몸을 감싸주는 저음의 부드러움을 포함하는 것이다. 

파이널의 개발자도 평판형 헤드폰을 최초로 만들면서 '유레카'를 외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주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저음 위에 평판형 드라이버 특유의 정확한 음들이 섬섬옥수 놓인다. 그러고 보니 피아노 포르테 때에도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썼었다. 이제와 생각해보지만 피아노 포르테가 과거가 아니라 지금 출시된다면 예전같은 평가는 받지 않을지도 모른다. 


파이널 최초의 평판형 헤드폰 


파이널은 예전부터 그들의 혼을 담아 '예술작품'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그들의 변화와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신랄하게 비판 받아왔던 그들의 역작 이어폰 '피아노 포르테' 때부터 마음 속 깊이 응원해 온 오디오파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D8000은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감동적인 사운드를 선사해주었다. 또, 경험해 본 모든 헤드폰 중에서 가장 사운드 완성도가 높다고 판단했다. 

파이널은 앞으로도 크게 될 브랜드다. 모든 이어폰, 헤드폰 브랜드 중에서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이런 라인업 체계를 갖추고 있는 브랜드 수는 적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거대 브랜드들이다. Sony, Sennheiser, AudioTechnica, Beyerdymic. 파이널이 이대로만 해준다면 거대 음향기기 브랜드에 합류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이런 제품을 만날 때야 말로, 음악을 향유하는 세계에 발을 딛고 살아간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D8000은 파이널 최초의 평판형 헤드폰이자, 평판형 헤드폰의 역사를 다시 쓰는 헤드폰이 될 것이다. 

Final [파이널] 프리미엄 평판형 헤드폰 (D8000)
판매 가격 4,8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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